글 :김란희 | 그림 :전현경 | 페이지수 : 40쪽 | 책크기 : 251*305mm | ISBN : 979-11-93272-44-2 | 발행일 : 2025년 10월 07일 | 출판사 : 비공

할머니의 따뜻한 목소리가 어린 시절의 추억 속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그 이야기는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닌, 인간의 마음과 세상의 이치를 담은 깊은 이야기다. 담백하고 아름다운 서사 안에서 전래동화의 지혜와 신비가 어우러진다. 우물에서 단물과 짠물이 솟아나는 이야기 속에는 인심과 천심, 그리고 순수한 동심이 깃들어 있다.
글 작가 김란희의 이야기에는 일찍이 우리에게서 떠난 줄 알았던 할머니의 ‘옛날이야기’가 오롯이 숨 쉬고 있다. 우리가 잃어버린 부드러움과 해학을 우리 고유의 문법으로 풀어내며, 과거의 기억을 현재의 삶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여기에 전현경 작가의 그림으로 이야기에 맛스럽고 사랑스러운 색채를 더했다. 문장을 읽고 그림을 보다 보면 할머니의 푸근한 품에 안긴 것처럼 따뜻한 안도감이 찾아온다.
“누워있으려니 다시 보고 싶은 거야.
가만가만 걸어가 우물 속을 들여다봤어.
귀를 대고 물소리가 들리나 눈을 감았지.
그러다 우물 속을 또 한참 보았어.
그때 보이는 거야!
뭘 보았냐고? 별이었어!
마치 별이, 반짝이는 조그만 빛구슬이 되어
우물 속에 담겨 있는 것 같았어.”
“마을 사람들은 물 뜨러 우리 집으로만 왔지.
배고픈 사람들이 오면 우물물에 말아서 밥도 주었단다.
그 맛이 아주 꿀맛이었다는 거야.
그때부터 은행나무집 우물물은 땀이 들어가 짜고,
우리 우물물은 엿덩이가 들어가 달다고 오래도록 이야기가 되었단다.”

“민심民心, 천심天心, 동심童心이 한데 어우러진 인상 깊은 작품”
할머니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그네의 어릴 적 이야기다. 갈수록 밋밋하고 건조해지는 우리네 일상에서 과거 기억은 때때로 영롱하게 빛을 발한다. 그래서 과거 풍속을 아름답게 회상하는 작품들이 요즘 적지 않게 나오고 있는 걸 보는데, 여기에는 유의해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과거의 연장이 바로 오늘의 현실이다. 우선 현실과 절연된 과거 미화는 퇴행과 도피 심리일 수도 있음을 알고 경계해야 한다. 과거는 그것이 현실의 거울로 풍부한 시사점을 제공할 때 뜻이 있다.
다음으로 인간의 문제와 깊게 맞물려 있지 않은 과거 세태는 오늘날 일부 독자에게 단순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그러나 인생은 시공을 달리 할지라도 무궁한 탐구 영역이 펼쳐져 있다.
<우물이야기>의 장점은 경험담 형식이지만 과거 사실을 그대로 전하는 데에 머무르지 않은 점이다. 우리 전래동화의 세계가 그렇듯이 주인 인심에 따라 우물에서 단물과 짠물이 나온다는 흥미로운 교훈을 담아냈고, 우물 파던 날 견우별 직녀별의 만남과 관련한 대목에서는 역시 동화의 세계에서만 일어날 법한 신비스런 환상 체험이 녹아들었다.
우리 민간습속의 이야기를 장황스럽지 않고 깔끔하게 잘 서술하였는데, 민심(民心), 천심(天心), 동심(童心)이 한데 어우러진 인상 깊은 작품이다.
- 원종찬 | 아동문학 평론가
글 / 김 란 희
1967년, 전주 용머리고개 출생.
나고 자란 전주에서 문화해설사로 손님을 맞고 있으며, 전주서학예술마을에서 다양한 예술을 일상에서 누리며 살고 있다.
1991년 8.15범민족대회 청년통일문학상공모전에서 동화 「까치와 까마귀」로 통일상을 수상했고 2005년에 창비어린이 9호에 「외삼촌과 누렁이」로 등단했다.
동화집 『금딱지와 다닥이』를 출판했다.
그림 / 전 현 경(생각하는 꽃 벤자민)
한남대에서 한국화를 공부했고손으로 하는 모든 것들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길 소원하며 인형과 그림책을 만든다.
그림동화책 『내친구 바바라』, 『하늘이와 벤자민』을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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